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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맛, 타마유라에서 느끼다

22 Mar 2021

계절의 맛, 타마유라에서 느끼다

 

긴 히노끼 테이블에 올려진 스시 한 점으로 경험하는 제철 식재료의 향연.

 

집밥이 대부분인 하루를 보내고, 외식이 조심스러운 요즘, 밖에서 먹을 한 끼를 고르는데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않은 배달음식과 다양한 밀키트의 홍수 속에서, 내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을 먹겠다는 욕망은 커져만 간다. 그 욕망 중 하나는 스시다. 대게 카운터에서 앉아서, 모두가 앞을 바라보고 먹는 스시 레스토랑의 구조 또한, 스시의 인기를 키운다.

 

JW 메리어트 서울에 위치한 타마유라 또한 길게 뻗은 스시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타마유라 내부에 들어서면 미로처럼 이어진 길에 따라 배치된 크고 작은 모임을 위한 룸을 지나고, 그 끝에 위치한 스시 카운터를 마주하게 된다. 차분한 색의 히노끼 카운터를 마주하고 앉자면, 안전한 요새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이젠 정말 천천히 스시를 음미하기만 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내 시야에서 잠시 사라지는 것처럼.

 

 

매일 집에서 쉽게 해 먹는 쌀밥이지만, 스시 레스토랑의 밥 짓기는 조금 더 섬세하다. 입안에서 알알이 풀리는 밥 알의 느낌을 최적으로 손님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너무 강해도, 너무 물러도 쌀알을 씹는 만족감이 덜해지기에, 조금은 무른 듯한 스타일의 한국 쌀과, 조금 더 단단한 일본 쌀을, 2대1의 비율로 섞어서 사용한다.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짧게 물에 불리고, 겨울에는 조금 더 길게 둔다.

 

살짝 꼬들꼬들한 느낌으로 밥을 지어서, 식초와 소금으로 조미하는데, 어떤 식초와 소금으로 얼마만큼의 비율로 조미할 것인지는 각각 스시 레스토랑의 비법이기도 하며, 각각 스시 셰프 고유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타마유라만의 식초와 소금간이 잘 스며들도록, 부채를 이용해서 바람을 일으킨다. 그렇게 준비 된 쌀은, 고객 예약 시간 2-3분 전에 보온통으로 옮겨져서, 가장 맛이 좋은 상태로 손님에게 제공된다.

 

 

서울에 다양한 스시 레스토랑이 있지만, 타마유라만큼 다양한 재료를 쓰는 곳이 있을까. 한 레스토랑 안에서 스시 오마카세, 철판에 요리하는 데판야끼, 그리고 일본식 요리를 코스로 선보이는 가이세키 코스가 제공되다보니, 본격적인 스시가 나오기 전 입맛을 돋구는 한입거리가, 그 어느 스시야보다도 다양하다. 특히 저녁 메뉴를 낼 때에는, 술을 곁들이는 손님을 위해서 전채를 여섯가지정도 준비한다. 가이세키에서 널리 이용하는 제철 생선과 채소의 조합으로 맑은 국을 끓여서, 마지막으로 한 차례 속을 달랜 후 스시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언제 타마유라를 방문하는 것이 내게 가장 큰 만족도를 안겨줄까?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해산물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에 기름기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방어를 선호한다면 겨울, 눈치가자미, 참돔 등의 흰살 생선이나 줄무늬 전갱이를 선호한다면 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차가운 겨울은, 스시 셰프들이 대게 “스시 할 맛 난다” 라고 평하고, 스시를 즐기는 스시 손님들은, “스시 먹을 맛 난다”라고 하는 때라고 타마유라의 우태운 셰프는 말한다. 그런 겨울을 만드는 대표적인 식재료는 방어다. 버릴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배꼽살, 등살, 가마살, 볼살, 사잇살 등 다양한 부위를 사용한다. 부위에 따라 맛도 달라지기에, 배꼽살이나 가마살은 주로 사시미로, 담백한 등살은 스시로 쥔다. 이 맘 때에만 볼 수 있는 한치도 별미다.

 

 

더위에 지치는 여름에 방문할 때는 기름기 도는 장어를 기대하며 가면 좋다. 스시 셰프의 손 끝으로 장어를 만져볼 때, 미세한 폭신함이 느껴진다면 기름이 많은 상어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소금만으로도 풍미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 외 눈여겨볼 재료는, 한국에서 채취한 해수우니(성게알)이다. 국내에서 큰 인기에 힘 입어 다양한 나라의 성게알을 일년 내내 찾아볼 수 있는 있지만, 한국에서 채취한 해수우니가 가장 달고 맛있은 계절은 여름이다. 손톱만한 작은 크기로 북해도산의 손가락만한 성게알보다는 작지만, 바다의 느낌을 보드랍게 품고 있기 때문에, 여름만큼은 북해도산 우니를 사용하지 않고 고성에서 채취한 해수우니만 사용한다고 한다.  

 

 

다시금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제철을 맞은 전어를 먹으러 가도 좋다. 일본에서는 스시로 만들어기지 위해서 존재하는 생선이라고 할 정도로, 가을에 꼭 스시로 먹어야 할 생선이다. 밥알에 촉촉한 소금과 식초간과 합쳐졌을 때의 전어를 먹으면, 감칠맛이 혀 위에서 폭발한다는 게.

 

가을에 꼭 맛봐야 할 특별한 재료는 연어알(이꾸라)이다. 톡톡 튀는 연어알을 가장 맛있게 먹고 싶다면 10월초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냉동 후 해동이 가능하여 일년 내내 접할 수 있는 식재료이지만, 10월 초 연어 산란기때는 냉동하지 않은 생물을 1, 2주 가량 맛 볼 수 있다. 미세한 차이지만, 알이 터지는 느낌이 더 싱그럽게 느껴진다. 보리새우(구루마에비), 무늬 오징어, 줄전갱이 등도 가을에 맛 볼 수 있는 해산물이다.

 

 

각각의 생선이 가장 기름진 시기가 스시야를 방문하기 좋을 때라고 생각하면 쉽다. 기본적으로 생선은 일정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에 사용하는데, 지방이 적다면 숙성 시킨 후의 감칠맛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

 

타마유라의 우태운 셰프는, “호로록” 먹는다는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 은은한 밥 향에 이끌리듯 입 앞으로 다가온 스시 한 점을 집어,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호로록”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