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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동대문의 맛
22 Mar 2021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스테이크하우스 레스토랑 BLT 스테이크의 고준명 셰프와 함께하는 동대문 걸어서 한 바퀴.
깜깜한 밤에도 분주한 동대문 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역동적이다. 아늑한 호텔 로비를 나서자마자 마주한 길거리에는 쇼핑한 옷을 한 가득 쥐고 걷는 사람들과 판매할 물품을 한아름 끌고 가게로 달려가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패션 아이템으로 뒤덮힌 것 같은 큰 길 안쪽엔 반전처럼 골목골목 식당도 한가득이다. 동대문 주변에서 수십년 간 이어온 의류도매상점이 많다보니, 그들이 쉽고 편하게, 하지만 영양가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주로 발전했다.
“동대문 지역만의 특화된 메뉴는 없을지 몰라도, 동대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골목 내부에서 오랫동안 장사한 식당이 많기 때문에, 호텔의 아늑함과 주변 골목의 다이나믹함이 어우러지면 하루의 경험이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스테이크하우스, BLT 스테이크 고준명 총괄 셰프가 말한다. 호텔에서 스테이케이션을 하는 하루 동안 여유로운 실내 수영을 끝내고 난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서, 혹은 하루의 업무를 마주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가벼운 저녁을 위해서, 고준명 셰프가 에너지를 받는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자.
호텔을 나선지 3분도 채 안되었는데,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며 발길을 부여잡는 길이 나타난다. 한 골목 길게 펼쳐져 있는 생선구이거리이다. 50미터 남짓한 작은 골목길을 따라 생선구이집이 이어진다. 생선은 보통 식당 바깥, 그러니까 골목길을 따라 밖에서 구워진다. 노랗게 켜진 불 아래서 지글지글 소리가 덧붙여진 고소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다보면, 노릇하게 구워지는 생선이 어느 새 눈에 한가득 들어온다. 이미 자리를 찾아 앉고 젓가락을 손에 쥐게 된다. 고 셰프가 2년 전 처음 JW 메리어트 동대문 근무를 시작하면서, 동료들 손에 이끌려 첫 식사를 하러 간 곳도 이 골목이다.
골목 제일 앞 쪽에 위치한 전주집은, 같은 자리에서 30여년 째 영업중이다. 10년 전쯤 주인이 한 번 바뀌면서,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고등어, 삼치 외에도 갈치, 임연수구이 오삼불고기 등의 메뉴를 더 했다. 간단한 반찬류와 밥, 국이 함께 차려진다.
생선구이 골목을 지나 조금 더 서쪽으로 향하다보면 명동닭한마리 본점이 나온다. 봄점, 시조점, 거성점 이렇게 3개의 식당이 바로 옆으로 이어져있다. 큰 대야에 육수와 함께 끓여지는 닭한마리 메뉴로 40여년 동안 인기를 끌면서, 전국 지점은 물론, 캄보디아와 대만에도 가맹점이 있다. 낮에는 식사로 저녁에는 안주로 닭요리를 곁들이는 시장 상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큰 대야에 육수와 닭이 담겨져 나오고, 테이블에서 바로 끓여먹는다. 모래집 등 특수부위를 따로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슴슴한 닭국물에 매력을 더 하는 건 양념장이다. 테이블마다 마련된 매운 장을 한 스푼 뜬 후, 다진 마늘을 올리고,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간장색의 비법 소스도 가득 짜 넣는다. 그 후 식초, 겨자, 후추를 살짝 더 한 후, 꼭 한 방향으로만 젓는다. 여러방향으로 휘저어 섞으면 쓴 맛이 더 올라오기 때문에 안된다라는 사장님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념장을 잘 섞은 뒤, 대야에서 떡을 하나 건진 후 찍어서 맛을 먼저 본다. 부족한 맛이 있다면 더해가면서, 닭이 익을 때까지 떡을 찍어먹으며 내 입맛에 완벽한 양념장을 준비한다. 새콤한 맛을 원한다면 김치국물을 살짝 부어도 좋다. 비법소스는 매일 식당에서 끓여서 낸다. 후에 칼국수면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 짚어주는 사장님이 있어서, 전체적인 식사에 대한 경험이 훨씬 재미있고 의미있어진다” 라고 고셰프는 말한다. 열심히 준비한 음식에 따라오는 세심한 서비스는 언제나 고객을 끌어들인 다는 걸 그가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닭과 면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뒤 간단한 술 한잔이 그립다면, 바로 옆 자매집으로 가자. 서울 관광 필수코스가 된 광장시장 명물인 자매집 육회를 이 곳에서도 맛볼 수 있다. 현재 광장시장 자매집 운영자의 조카가 식사를 준비한다. 광장시장 자매집보다 살짝 단맛이 적으면서도 육회의 풍미를 살린 육회탕탕이와 육회비빔밥등의 메뉴가 인기다. 날것을 못 먹는 일행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쫄면, 소고기 덮밥 등의 메뉴도 있다.
이런 매일의 식사 중에, 새로운 메뉴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 육회가 있다면 양식에도 비슷한 비프타르타르라는 메뉴가 있으니, 육회와 타르타르의 그 중간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셰프는 말한다. 조금 새롭게 밤 무스를 올려서 만들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다양한 찻집도 즐비하다.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종로강남한의원은 6년전부터 한방카페인 더쌍화도 같이 운영한다. 한의원 진료가 끝난 저녁 때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든든한 야식을 책임져주는 곳은 옥천매운족발이다. 장충동 인근이 족발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매운족발만큼은 동대문 지역도 목소리를 낸다. 포장과 배달이 가능하기에, 호텔 숙박 시 야식 메뉴로 고려하기 좋다. 한방족발과 매운족발 두 가지가 가능한데, 반반씩 섞는 것도 된다. 조미김 한가득 뿌려 나오는 밥을 오물조물 뭉쳐서 주먹밥을 만든 뒤, 매우 족발을 한 점씩 얹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텔 조리팀이 치열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출출한 배를 채우러 종종 오는 곳이기도 하다. 직원의 송별회를 한 추억도 켜켜이 쌓여있다.
“지난 2년동안 호텔에서 제가 준비한 음식이, 동대문 근처의 어떤 한 식당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동대문 근처에서 이런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게 조금씩 쌓여서, 고기 부위를 고를때나 어떤 소스를 만들지 고민할 때도, 고객이 이 자리에 앉아서 창 밖의 동대문을 보며 식사할 때 제일 어울린다고 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한다”고 고준명 셰프는 덧붙인다.
일상의 한식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음식을 원한다면 레스토랑 에베레스트로 가보자. 네팔식 음식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곳이다. 2002년경 식당을 오픈한 뒤, 한국 거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꾸준히 인기있는 곳이다. 인기에 힘 입어 스타필드, 굿모닝시티 등 쇼핑몰에게 입점해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티카마살라를 비롯해 시금치, 병아리콩 등을 사용한 다양한 커리가 준비되어있다. 난이나 밥을 함께 주문하면 간단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다양한 향신료의 향연은 고준 셰프에게도 자극을 준다. 어떤 소스와 어떤 야채, 그리고 어떤 고기 부위를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잔잔한 영감을 받아가는 곳이다. 밥보다는 난을 더 선호한다는 고셰프는 탄두리치킨 또한 빠지지 않고 매번 주문한다. 커리와 난, 애피타이저, 탄두리 치킨과 음료까지 포함된 세트메뉴는 고준 셰프가 방문때마다 항상 찾는다.
이 곳에서 나오는 토마토커리소스를 먹어보고, BLT 스테이크에서 사용할 소스로 변형시켜서 만들어보기도 했다. 향신료가 어려운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변형시켜서 준비한 뒤, 닭고기 살로 만든 치킨볼을 튀겨내서 함께 냈다.
“고급 식자재를 써서 비싼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 일상적인 식자재를 사용했지만 맛깔나고 새로워서, 식사하시는 손님에게 잔잔한 재미와 놀라움을 주고 싶다”고 셰프는 덧붙였다.